월북 추정 탈북민 사라질 때까지 정부관리 시스템 "작동불능"
월북 추정 탈북민 사라질 때까지 정부관리 시스템 "작동불능"
  • 이광효 기자 leekwhyo@naver.com
  • 승인 2020.07.29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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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북 암시 제보 받고 8시간 지나 전화, 정부부처 간 공조 없어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최근 월북한 것으로 추정되는 20대 북한 이탈 주민(탈북민) 김모(24) 씨가 사라질 때까지 정부의 관리 시스템은 전혀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부처 간 공조는 없었고 경찰은 월북 암시 제보를 받고도 8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김 씨에게 전화했다.

27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이 브리핑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달 12일 오전 1시 20분경 경기도 김포시에 있는 김 씨 집에서 김 씨가 평소 알고 지내던 여성을 성폭행했다는 신고가 이날 오전 3시 26분경 112에 접수됐다. 신고자는 피해 여성의 남자친구였다.

신고를 받은 즉시 경찰은 피해 여성이 있는 인천광역시의 모 병원에서 증거물을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의뢰했고 피해 여성과 피의자를 조사했다. 경찰은 이달 4일 국과수로부터 '피해 여성의 몸에서 피의자의 DNA(DeoxyriboNucleic Acid)가 검출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담당 경찰관은 성폭행 혐의가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했지만 김 씨에게 연락하지는 않았다.

7월 18일 오전 10시 32분~오후 8시 50분경까지 김 씨 지인인 탈북민 유튜버 A씨가 “아는 동생(김 씨)이 차량을 빌려간 후, 반환하지 않는다”며 112에 4번 신고했다.

이에 앞서 김 씨는 A씨로부터 빌린 K3 차량으로 7월 17일 인천 강화군 교동도로 이동했다가 주거지인 김포시로 돌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월북할 장소를 사전에 답사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날 저녁 그는 주거지 주변 음식점에서 식사하고 마사지 업소에 들렀다.

7월 18일 오전 2시 20분경에는 택시를 타고 접경지역인 인천 강화군 강화읍 월곳리에서 하차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까지 파악된 김 씨의 마지막 행적의 자취는 그 인근 배수로 주변에서 발견된 그의 가방이다.

가방 안에는 물안경과 옷가지, 통장에서 500만원을 인출한 후 이 중 480만원가량을 달러로 환전한 영수증 등이 있었다.

김준락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27일 국방부 청사에서 한 브리핑에서 “우리 군은 관계기관과 공조 하에 해당 인원이 월북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위치를 강화도 일대에서 특정했다”며 “해당 인원을 특정할 수 있는 유기된 가방을 발견하고 확인했으며 현재 정밀조사 중에 있다. 월북 시기는 현재는 특정하고 있으나 추가적인 조사를 통해서 종합적인 평가를 해 봐야 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김준락 합참 공보실장은 “월북했던 장소로 추정되는 지점이 철책이 아니고 배수로로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김 씨는 월곳리 인근 철책 밑의 이 배수로에서 출발해 헤엄쳐 북한으로 간 것으로 추정된다.

7월 18일 오후 6시 27분 A씨가 김포경찰서 보안계 담당경찰관에게 전화로 “피의자가 ‘피해자를 죽이겠다’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는 제보를 했고 경찰은 여청과 피해자 보호관에게 전달해 신변보호를 강화했다.

7월 19일 오전 1시 1분 A씨는 경찰에 SNS(Social Network Service, 교호 네트워크 서비스)로 “(김 씨가) 달러를 바꿨다고 하네요. 어제 ‘달러를 가지고 북한에 넘어가면 좋겠다’면서 교동도를 갔었다네요”라는  제보를 했다. 이 제보를 받고 나서야 경찰은 이날 오전 9시 김 씨에게 전화했지만 이미 김 씨 휴대전화는 꺼져 있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보안수사대는 7월 20일 오전 11시 A씨를 참고인으로 조사했고 이날 김 씨를 출국금지하고 21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24일에서야 위치추적 등 신병확보를 위한 수사를 진행했다.

심지어 경찰은 국방부나 국가정보원 등 관련 기관에 김 씨가 사라진 사실을 통보하거나 협조를 요청하지도 않았다.

박지원 국가정보원 원장 후보자는 27일 국회에서 개최된 인사청문회에서 “사전 징후를 발견하고도 잘 대처하지 못한 것, 다시 개성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던 경비 태세 등에 대해 대단히 국민에게 송구스럽다"며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죄송하다"고 말했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는 "이분이 성폭력 혐의 후 집을 정리하고 달러를 바꾸는 등 여러 정황을 경찰서에서 파악하지 못한 것에 정부의 잘못이 있다”며 “저희도 각성해 국민의 염려를 덜고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이날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서 한 브리핑에서 ‘늑장 조사’라는 지적에 대해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인정한다"며 "좀 더 적극적으로 행적을 추적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부분은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경찰에선 사안의 중요성을 인식해 합동조사단을 편성해 ▲성폭력 사건 수사의 조치 전반 ▲피의자 지인의 112 신고에 대한 조치 사항 ▲피의자 지인의 재입북(추정) 관련 제보에 대한 조치사항 등이 적절했는지를 철저히 조사해 재발방지 대책을 강구할 것”이라며 “관련당국과 합동으로 피의자의 재입북(추정) 관련 행적수사도 진행할 예정이다. 아울러, 피의자의 코로나19 감염의심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도 방역당국과 면밀하게 협조하여 사실 여부를 확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탈북민을 북한으로부터 신변의 위협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정도를 주된 기준으로 '가∼다'의 3등급으로 나눠 관리한다. 대부분의 탈북민이 위협 가능성이 낮은 ‘다’ 등급에 속한다.

그러나 ‘다’ 등급은 물론 ‘가’, ‘나’ 등급에 속하는 탈북민에 대해서도 특별한 관리 매뉴얼은 없다. 

'다' 등급의 경우 해당 탈북민을 관리하는 경찰서 보안과 소속 경찰관이 한 달에 한 번 전화나 대면 만남을 해 이상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가', '나' 등급의 경우 경찰관의 이러한 확인 과정 횟수가 좀 더 많다.

이런 허술한 탈북민 관리 매뉴얼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김 씨의 경우 '다' 등급에 속해 김포경찰서의 담당 경찰관이 한 달에 한 번 김 씨와 전화나 대면 만남을 가져야 했지만 그가 사라지기 직전 한 달 동안 담당 경찰관은 그에게 전화 한 통 하지 않은 것이다.

통일부 여상기 대변인은 이날 통일부 청사에서 한 브리핑에서 “최근 5년간 북한의 보도 등을 통해서 확인된 탈북자의 재입북자는 2015년에 3명, 2016년에 4명,  2017년에 4명 등으로 총 11명”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조정식 의원(경기 시흥시을,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정보위원회, 5선)은 이날 박지원 국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2020년 6월 말 현재 공식 탈북민은 3만3670명가량이고, 이 중 소재지가 파악되지 않은 불명자는 900명 가까이 된다”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집권 이후 우리나라를 벗어난 재입북 탈북민이 약 29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미래통합당 이종배 정책위원회 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개최된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이번 월북사건은 군 기강 해이를 넘어서 안보의 누수를 의미한다. 정권의 안보 무능을 지적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가장 기본적인 것이 경계인데 이마저도 제대로 못 해서 국민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군통수권자인 대통령께서는 관련자에 대해 조사해서 문책하고 진상을 확실하게 규명해서 국민들에게 밝히고 대대적인 군 기강 확립에 나서 주시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개최된 상무위원회에서 “이번 사태로 우리 안보에 구멍이 뚫려있는 것이 아니냐며 국민들이 크게 우려하고 있다”며 “남북한은 이제 코로나 분단이라는 새로운 단절을 경험하고 있다. 한 명의 월북 때문에 개성시 전체가 봉쇄되는 취약한 방역구조를 북한의 문제라고 해서 방치할 수는 없는 일이다. 남과 북은 코로나 퇴치를 위한 방역의 공동체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상정 대표는 “정치적 이유로 의료협력이 좌절된다면 코로나는 남북이 서로를 봉쇄하는 거대 장벽이 될 것”이라며 “북한은 문재인 정부가 제안한 방역 협력을 즉각 수용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개최된 최고위원회의에서 “지금 남북미 관계가 경색된 상황인데 지혜와 인내심을 갖고 평화를 위한 교류 협력과 북핵문제 해결 방안을 더욱 적극 추진해야 하겠다”며 “이런 때일수록 대북정책의 공백이 최소화되도록 통일부 장관과 국정원장이 조속히 임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한 브리핑에서 “월북한 사람이 정확하게 어떤 분인지에 대해선 관계부처에서 지금 확인하고 있다”며 “어제 언론 등에서 제기되고 있는 특정인은 현재 질병관리본부의 전산시스템의 확진자에는 등록돼 있지 않다. 접촉자로 관리되고 있는 명부에도 현재 등록돼 있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윤태호 방역총괄반장은 “그 사람에 대해 접촉이 잦았다고 생각하는 2명에 대해서 진단검사를 어제 실시했다”며 “그 2명에 대해서도 현재까지는 결과는 음성으로 나왔다”고 밝혔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이날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환자인 것 같지 않다”며 “코로나 환자가 몇 시간을 헤엄쳐서 갈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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