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7일 ‘제22회 면천은행나무 목신제’를 다녀왔다. 면천 은행나무는 충남 당진군 면천면 성상리 구 면천초등학교 교내에 있는 은행나무로, 매년 정월 대보름 전날 오전 11시에 목신제를 올린다. 올해도 면천농협 풍물단원들의 길놀이 공연으로 시작된 목신제는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많은 지역 주민들과 면장, 시의원, 면천복씨대종회, 면천은행나무 보존회 회원 등 은행나무와 관계된 많은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되었다.
언뜻 보아도 범상치 않아 보이는 수령이 느껴지는 은행나무 두 그루, 곳곳에 크고 작은 동공이 보이고 한 그루는 흙과 시멘트로 충전처리까지 되어 있다. 나무의 크기도 한 그루는 가슴높이줄기지름 1.93m, 높이 20.5m이고, 다른 한 그루는 1.94m와 21.5m 이다. 이 은행나무에는 바로 면천복씨(沔川卜氏)의 시조(始祖)이신 태사무공공 복지겸 장군과 관련된 전설이 전해져 내려온다.
고려의 일등개국공신인 복지겸(卜智謙) 장군이 낙향하여 고향인 면천에 내려와 있을 때, 병으로 누웠는데 백약이 무효하므로 그의 딸 영랑(影浪)이 근처 아미산에 올라 백일기도를 드렸다. 그랬더니 기도 마지막 날에 산신령이 나타나 두견주를 빚어 마시고 집 앞에 은행나무를 심어 정성을 들이면 아버지의 병이 나을 수 있다고 하여 그대로 하였더니 병이 깨끗이 치유되었다는 전설이다.
한편, 지금의 은행나무는 일제가 한일합병 후 1910년대에 면천초등학교를 건립할 때 학교 터를 닦기 위해 흙으로 메우면서 나무의 높이가 2~3m정도 땅속에 묻혔다고 한다. 당시에는 백로가 많이 날아와 은행나무 위를 하얗게 수놓곤 했다고 전해지며 일제 강점기에는 조선총독부 지정 보호수이기도 했다. 1990년 5월 24일 충청남도 시도기념물 제82호로 지정되었고, 그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2016년 9월 6일 천연기념물 제551호로 지정되었다. 당진시에서는 매년 영양공급 등 식물문화재 보존에 노력하는 한편, 은행나무와 면천읍성, 면천두견주 등 주변 역사문화자원의 연계콘텐츠를 통한 관광자원화를 추진하고 있다.
지역주민들과 면천복씨대종회에서는 면천은행나무회(회장 구자수)를 구성해 지난 1999년부터 주민들의 안녕과 지역발전을 위해 자발적 행사로 면천은행나무 목신제(木神祭)를 지내왔다. 2016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이후에는 문화재청의 지원을 받아 본격적으로 추진해 오고 있다. 올해 목신제에서도 면천농협 풍물단원의 공연을 시작으로 초헌례와 축원문 낭독, 아헌례, 종헌례, 사신례의 순서로 약 1시간 정도 진행됐다. 행사 시작 전에는 목신제에 참석한 내빈들의 인사가 있는데 그 중 태사무공공 복지겸 장군의 후손들이 다수 참석해 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행사 마지막에는 마을의 안정과 주민들의 건강, 지역 발전과 국태민안을 기원하는 축원문을 소지하고 하늘로 날려보내는 것으로 목신제를 마무리 한다. 특별히 올해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행사장에는 손소독제를 비치하고, 참석하는 주민들도 마스크를 착용하는 등 조심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조용히 치러졌다. 행사 후에는 참석자들과 주민들이 모두 함께 떡국을 나눠 먹으며 서로의 건강과 안녕을 빌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