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세월호 유가족 눈물 닦아 줄 새 정치는 언제?
[기자의 눈] 세월호 유가족 눈물 닦아 줄 새 정치는 언제?
  • 백태윤 선임기자 pacific100@naver.com
  • 승인 2020.04.12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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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1년 서울 대연각 화재사건은 헐리우드 영화작가의 상상력을 자극해 6년 뒤인 1977년 '타워링'이란 영화로 우리 앞에 돌아왔다. 그 보다 훨씬 전인 1912년에 침몰한 타이타닉호는 1997년 같은 이름의 영화로 개봉되었다.

타이타닉호 사건에 대한 아일랜드인들의 소회는 영화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아일랜드 사람들은 영국의 지배하에 들어 가면서 소작농 신세로 전락했다. 주식이었던 밀은 영국인 지주들에게 다 뺏기고 그들은 남미에서 들여 온 감자만 먹고 살던 중 감자에 병이 돌아 전 국민의 1/4이 굶어 죽는 대기근이 발생했다.

아일랜드인들은 굶어 죽지 않으려고 신대륙으로 떠났고 당시 타이타닉은 그들을 실어나르는 여객선으로 건조되었다. 돈 많은 영국인들은 별빛이 흘러 내리는 선상에서 파티를 즐길 때 가난한 아일랜드인들은 배 밑바닥 창고 같은 선실에 격리되어 있었다.

빙하와 충돌하며 배가 침몰할 때도 구명장비가 부족했던 터라 그들을 가뒀던 창살은 끝내 열리지 않아 모두 깊은 대서양 바닥으로 수장당했다.

100년도 더 된 타이타닉호 사건은 지금까지 아일랜드인에게 지워지지 않는 상처로 남아있다.
그러나 세월호는 영화가 될 수 없다고 본다. 사람은 비극을 감당할 수 있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타이타닉만으로도 충분히 슬프다. 

지난 해 봄 세월호 유족을 만난 적이 있다. 아들을 보낸 아버지가 끝내 살아 갈 용기를 잃고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시체팔이'를 해서 목돈을 쥐었다면 자식한테는 미안해도 어떻게 잘 먹고 잘 살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왜 그랬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그들의 고통은 언론에서 써대는 그것과는 거리가 있다. 직장이나 생업 걱정은 사치다. 현실에서 밀려난 그들은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다. 유족들 배후에 불순세력이 있다는 세간의 의혹도 있다. 챙길 것 다 챙기도 자식 잃은 화풀이로 애궂은 여자 대통령을 쫓아 냈다는 반감이 있다는 것을 유가족들도 알고 있다.

그들은 이 땅의 삶에서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 하루 빨리 하늘 나라로 가서 자식들을 만나고 싶은 간절함 밖에 남아 있지 않다.

미래통합당 차명진 후보가 또 다시 세월호 가족을 향해 증오의 악담을 쏟아냈다. 세월호는 온 국민의 슬픔이다. 그 무게를 오천만이 다 나눠도 감당하기 어렵다.

이성계는 아들 이방원에게 밀려났다. 고려 왕조를 배반한 댓가를 그렇게 치렀다. 부모가 죽으면 뒷산에 묻어도 자식은 보이는데 묻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자식 잃은 슬픔의 고통만 대단하게 생각하는 우리가 잘못된 걸까? 배반하고 노선을 바꾼 사람들이 겪는 정신적 고통이 얼마나 큰 줄 몰랐다는 말인까?

배신자에게 쏟아지는 따가운 시선을 뿌리치기 위해서는 상상을 초월하는 과잉행동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세월호 유족의 상처에 소금을 뿌려댄다면 그런 사람의 잔인성을 더 이상 의심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꽃다운 청춘을 성노예로 살았던 할머니들의 상처를 짓이겨대는데 더 이상 의심의 여지가 없다.

나라를 팔아 먹고 민족을 배신했던 사람들이 잘 먹고 잘 사는 것을 비난하는 사람들을 잠 재우려면 그 정도의 충성이 필요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든다. 그렇게 조직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민의의 전당의 문을 열고 들어가려고 한다.

며칠 남지 않은 총선, 만약 기뻐할 만한 결과가 나와도 조금만 기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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