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ㆍ19 군사합의 파기 위기 "최악의 남북관계"
9ㆍ19 군사합의 파기 위기 "최악의 남북관계"
  • 이광효 기자 leekwhyo@naver.com
  • 승인 2020.06.17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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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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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9ㆍ19 군사합의 파기를 시사한 데 이어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 정부가 한목소리로 북한을 맹비난하고 강력한 대북 경고를 하는 등 남북 관계가 지난 2000년 6ㆍ15 남북정상회담 이후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은 17일 발표한 ‘우리 군대는 당과 정부가 취하는 모든 대내외적 조치들을 군사적으로 철저히 담보할 것이다’란 제목의 입장문에서 “조선인민군 총참모부는 이미 지난 16일 다음 단계의 대적(對敵) 군사행동 계획 방향에 대하여 공개보도하였다. 17일 현재 구체적인 군사행동 계획들이 검토되고 있는데 맞게 다음과 같이 보다 명백한 입장을 밝힌다”며 “우리 공화국 주권이 행사되는 금강산 관광지구와 개성공업지구에 이 지역 방어 임무를 수행할 연대급 부대들과 필요한 화력구분대들을 전개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북남 군사합의에 따라 비무장지대에서 철수하였던 민경초소들을 다시 진출·전개하여 전선 경계 근무를 철통같이 강화할 것”이라며 “서남해상 전선을 비롯한 전 전선에 배치된 포병부대들의 전투직일근무를 증강하고 전반적 전선에서 전선경계근무급수를 1호전투 근무체계로 격상시키며 접경지역 부근에서 정상적인 각종 군사훈련을 재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은 “전 전선에서 대남 삐라(전단) 살포에 유리한 지역(구역)들을 개방하고 우리 인민들의 대남삐라 살포 투쟁을 군사적으로 철저히 보장하며 빈틈없는 안전대책을 세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시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북한 인민무력상 조선인민군 대장 노광철이 지난 2018년 9월 19일 발표한 ‘역사적인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에는 “쌍방은 비무장지대 안에 감시초소(GP, Guard Post)를 전부 철수하기 위한 시범적 조치로 상호 1km 이내 근접해 있는 남북 감시초소들을 완전히 철수하기로 하였다”고 명시돼 있다.

또한 “쌍방은 2018년 11월 1일부터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상대방을 겨냥한 각종 군사연습을 중지하기로 하였다. 지상에서는 군사분계선으로부터 5km 안에서 포병 사격훈련 및 연대급 이상 야외기동훈련을 전면 중지하기로 하였다”며 “해상에서는 서해 남측 덕적도 이북으로부터 북측 초도 이남까지의 수역, 동해 남측 속초 이북으로부터 북측 통천 이남까지의 수역에서 포사격 및 해상 기동훈련을 중지하고 해안포와 함포의 포구·포신 덮개 설치 및 포문폐쇄 조치를 취하기로 하였다. 공중에서는 군사분계선 동 서부 지역 상공에 설정된 비행금지구역 내에서 고정익항공기의 공대지유도무기사격 등 실탄사격을 동반한 전술훈련을 금지하기로 하였다”고 밝히고 있다.

김여정 북한 조선노동당 제1부부장은 17일 발표한 ‘철면피한 감언이설을 듣자니 역스럽다'는 제목의 담화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15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 발언 등에 대해 “자기변명과 책임회피, 뿌리 깊은 사대주의로 점철됐다”며 “신뢰가 밑뿌리까지 허물어지고 혐오심은 극도에 달했는데 기름 발린 말 몇 마디로 북남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겠는가”라고 비판했다.

김여정 조선노동당 제1부부장은 “과거 그토록 입에 자주 올리던 '운전자론'이 무색해지는 변명이 아닐 수 없다. 철면피함과 뻔뻔함이 묻어나오는 궤변”이라며 “(남북 합의 불이행은) 남측이 스스로 제 목에 걸어놓은 친미사대의 올가미 때문이다. 뿌리 깊은 사대주의 근성에 시달리며 오욕과 자멸로 줄달음치는 이토록 비굴하고 굴종적인 상대와 더이상 북남관계를 논할 수 없다는 것이 굳어질 대로 굳어진 우리의 판단이다. 어쨌든 이제는 남조선 당국자들이 우리와는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나앉게 됐다. 남조선 당국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이란 후회와 한탄뿐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남측은 문재인 대통령이 우리 국무위원장 동지(김정은)께 특사를 보내고자 하며, 특사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으로 한다면서 방문 시기는 가장 빠른 일자로 하며 우리측이 희망하는 일자를 존중할 것이라고 간청해 왔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청와대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은 청와대에서 발표한 발표문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5일 ‘6ㆍ15 공동선언 20주년’ 기념사 등을 통해 현 상황에 대해 언급했다. 전쟁의 위기까지 어렵게 넘어선 지금의 남북관계를 후퇴시켜서는 안 되며 남과 북이 직면한 난제들을 소통과 협력으로 풀어 나가자는 큰 방향을 제시한 것이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측이 김여정 제1부부장 담화에서 이러한 취지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매우 무례한 어조로 폄훼한 것은 몰상식한 행위다. 이는 그간 남북 정상 간 쌓아온 신뢰를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일이며 북측의 이러한 사리분별 못하는 언행을 우리로서는 더이상 감내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경고한다”고 말했다.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은 “북측은 또한 우리 측이 현 상황 타개를 위해 대북 특사 파견을 비공개로 제의했던 것을 일방적으로 공개했다. 이는 전례 없는 비상식적인 행위이며 대북 특사 파견 제안의 취지를 의도적으로 왜곡한 처사로서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며 “최근 북측의 일련의 언행은 북측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사태의 결과는 전적으로 북측이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개최된 최고위원회의에서 “어제 북쪽이 개성공단 내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한 것에 대해서 깊은 유감을 표했다. 이는 그동안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해서 노력해 온 남북한 모든 사람들의 염원에 역행하는 처사”라며 “지난 수십 년간 남북이 대결과 화해를 반복하면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평화를 염원하며 상대를 이해하려는 다수 국민들이 계시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쪽의 이런 행동은 반짝 충격효과는 있을지 모르나, 한국인들의 마음에 불안과 불신을 심어 장기적으로 한반도 평화에 악영향을 가져올 뿐이다. 국가 간 외교에는 어떠한 상황에도 넘지 말아야 할 금도가 있다. 판문점 선언의 상징을 폭파하는 북쪽의 행동은 이 금도를 넘었다고 판단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북쪽이 더 이상의 도발을 중지하고 즉각 대화에 나설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며 “아울러 정부는 현 상황의 발단이 된 전단 살포를 엄격하게 다루는 동시에 북한의 어떠한 추가 도발에도 강력히 대응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추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동진 합동참모본부 작전부장은 이날 서울 국방부 청사에서 한 브리핑에서 “우리 군은 오늘 북한군 총참모부에서 그간의 남북합의들과 2018년 판문점 선언 및 9ㆍ19 군사합의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각종 군사행동계획을 비준 받겠다고 발표한 데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며 “이러한 조치는 지난 20여 년간 남북관계 발전과 한반도 평화유지를 위해 남북이 함께 기울여 온 노력과 성과를 일거에 무산시키는 조치로서 실제 행동에 옮겨질 경우, 북측은 반드시 그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우리 군은 현 안보상황과 관련해 북한군의 동향을 24시간 면밀히 감시하면서 확고한 군사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안정적인 상황관리로 군사적 위기고조를 방지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김홍걸 의원(비례대표, 외교통일위원회, 정보위원회, 초선)은 17일 YTN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에 대해 “‘남북 정상 간의 합의를 지키자는 의사가 남측이 없는 것 같으니까, 이행을 제대로 안 하니까 상징적으로 그것을 없앤다’ 하는 것이지, ‘어떤 무력도발을 당장 하겠다, 선을 아주 넘겠다’ 이것까지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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