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도에서'
섬은 마치 텅 빈듯하다.
유채꽃 피기 시작하는
서편제 길이 그랬고
수선화 흔들리는
돌담길도 그랬다.
동그마니 들어온 만도
줄지어선 소나무들도 고요했다.
범바위에서 바라본 바다도
텅 비어 있었다.
내가 청산도를 찾는 이유는
목섬이 있기 때문이다.
계절내내 초록머리 나풀대는
상록수림,
그 호젓한 길을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며 걷고 싶기 때문이다.
섬 곁의 섬 목섬,
새목아지 울창한 숲길 가로 질러가면 동쪽 끝에 펼쳐치는
아!
그 죽음도 닮고 삶도 닮은,
푸른 바다 속에
자멕질 하듯 엎디어 있는
바.위.절.벽.
바람에 휘청이는 몸 가누며
벼랑아래 내려서면
두렵고 경외스러워
떨리는 두 발.
거기, 나 하나쯤 뛰어들어도 흔적 없을 깊고 깊고 푸른 바다가 있다.
엄마 찾아 온 바다의 새끼마냥
아슬아슬한 바위에 누워
바람과 파도소리를 듣는 일이
내가 청산도를 찾는 행복한 이유이기도 하다.
돌담마을 느티나무님 배알하고
아무렇게나 피어 더 아름다운
장다리꽃 어루만지다
2박3일 같이 꽉 찬 1박2일을
가만이 매듭짓는다.
다시 또 안녕,
어느새 그리운 푸른 섬
청산도.
이상호 기자 sanghod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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