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은 간다 2
햇살 그리운 날 골짜기에 들면
그리운 것들은
늘 그 자리에 있다.
사람 따윈 신경도 쓰지 않고
도도하게,
지들끼리 수런수런
햇살 아래 수다스럽다.
나는
꽃가루 한 톨 운반하지 못하는
이방인...
그저 꽃들이 보여주는
비밀스런 언어를
가만가만 주워 담는다.
나도 내 맘대로 수다스럽다.
땅 위에 뜬
노란 별다발,
변산아씨 합창단,
까치발 딛고
곤충 손님 기다리는 두 소녀,
중의무릇과 변산바람꽃이
작은 영토를 나누며 소곤거리는
그 익숙하고 아름다운 골짜기,
복수초꽃 융단처럼 펼쳐진
멀고 높은 골짝에서
그저
올 한 해 안부를 내려놓는다.
생강나무꽃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는
그,
눈물 나게 아름다운 골짜기.
그리운 것은
어느새 등 뒤에 있다.
이상호 기자 sanghod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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