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은 간다 1
사람 없는 골짜기
작년에 피었던 그 자리에
잘랑잘랑 금종 울리며
히어리 피었다.
꽃들도 증명사진 한 장쯤은
갖고 싶을지 몰라
한자리에
피고 스러지는 일이
슬플지도 모르지
부끄럽게도
꽃들의 얼굴에 카메라를
들이밀며 증명사진을 찍는다.
작년의 뿌리에서 돋은
오늘의 꽃들을 기록한다.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와
포화 없는 전쟁을 치르는
도시를 비켜봄날은 간다.
처연하게
봄날은 간다.
사람의 봄도 어서 오라!
이상호 기자 sanghod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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