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여행의 형태가 변화하고 있다. 장거리보다는 근거리여행과 잠시 일상탈출 여행을 떠나고 있다. 이는 당일여행중심, 여가중심, 힐링중심을 의미한다.인간은 여행으로 즐거움을 만끽하고, 미지의 세계에 대한 무한한 동경심으로 탐구하고, 견문을 넓히고자 한다. 심리학에서 매슬로우는 인간의 욕구를 5단계(생리적 욕구, 안전에 대한 욕구, 소속감과 애정의 욕구, 존경의 욕구, 자아실현의 욕구)로 설명하고 있듯이 인간은 안정적인 상태를 계속유지 하고자하는 욕구와 새로운 욕구를 추구하고자하는 욕구가 있다. 일상생활을 벗어나 삶의 변화와 충전이 필요할 때, 새로운 경험을 원할 때, 나 혼자만의 자유로운 시간을 원할 때 여행을 떠난다.이는 인간의 기본욕구로 여행은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동기부여와 관련된 이론을 보면 공통적으로 도출되는 내용 중 하나는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욕구가 여행인 것이다.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국경을 폐쇄하면서 여행을 자유롭게 떠나지 못했다. 공항이 멈추고, 호텔 문이 닫히고, 음식점에 입장하는 고객의 수 제한자체가 여행금지 요인이 된다.코로나19로 여행욕구를 억제해야 하는 환경에서 여행에도 유형이 있다는 사실을 알면 아마 흥미로울 것이다. 여행은 잠시 일상생활을 탈피하는 행위로 볼 수 있지만 관광학자의 견해에서 보면,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의 심리가 다양하다는 것이다. 그레이(Gray, 1970)는 여행유형을 방랑선호형, 휴식선호형으로 구분하고, 방랑선호형은 목적 없이 무조건 떠나는 여행이다. 아마 주변에서 이런 유형을 많이 보았을 것이다.반면에 휴식선호형은 직장이나 가정에서 경험하지 못한 것을 여행으로 해결하는 유형으로 일반적인 유형의 여행이 여기에 속한다. 플로그(Plog, 1973)는 여행 동기보다는 심리적 요소를 중요하게 여기는 유형으로 다양성 중심형과 자아 중심형이 있다. 다양성 중심형은 모험적이고 자기 확신이 강하고, 자아 중심형은 친숙하고 마음의 위안을 주는 장소를 찾는 여행을 말한다. 아소 아홀라(Iso-Ahola, 1982)는 여행은 3가지 동기가 있는데 탈출, 물리적 환경에서의 심리적 편익추구, 사회적 상호작용으로 여행은 인간의 기본욕구로 억제할 수 없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여행과 소득은 비례하지만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과거에는 돈을 아껴서 저축하는 것이 당연한 미덕이었으나 현대는 개인의 자아실현과 자기성찰, 자신만의 시간을 갖기 위한 여행을 한다.코로나19로 관광객이 급감하고, 관광시장의 위축으로 관광산업은 커다란 충격과 위기를 맞았다. 이는 관광수요의 감소뿐만 아니라 여행패러다임도 바꿔놓았는데, 해외여행 대신 국내여행, 장거리여행 대신 근거리여행이 증가하고, 관광지와 숙박 장소를 결정하는데 청결과 안전을 고려한 여행활동을 선호했다.관광분야도 비대면문화가 일상화되면서 ICT(정보통신기술), VR(가상현실)·AR(증강현실)·MR(혼합현실)기술, AI(인공지능)등이 도입되면서 디지털기술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 이후 관광산업의 위기 속에서 여행의 패러다임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성으로 여행객의 실시간 동선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맞춤형 서비스와 관광지 적정수요를 관리하기 위한 사전예약제 도입이 필요하다. 또한 지역관광 활성화를 위해 ICT기반 스마트관광도시 추진사업과 관광기업 혁신성장 지원을 통한 관광산업 혁신생태계 구축이 필요하다. 그리고 관광산업 인프라 구축을 위해 생태환경 관광지 발굴과 힐링 및 여가공간을 확충하여 코로나19로 여행을 떠나지 못했던 여행객을 위한 만족도가 필요하다.마지막으로 여행의 일상화·여가화로 인한 여행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은 기초자치단체와 지역주민의 몫으로 체류형과 지역연계형 등 대규모보다는 지방자치단체나 주민중심의 지역경제 활성화가 필요한 것이다. 또한 서비스 향상의 목표는 관광객 입장에서 찾고, 방법은 지역주민에게서 찾아야 한다. 양측의 입장을 제대로 이해하는 관광산업을 기획하고 실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칼럼 | 정연미 기자 | 2022-07-01 13:27
세계 여행업계는 미래에는 인간과 상호작용하는 AI(인공지능 : Artificial Intelligence) 로봇서비스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오늘날에도 이미 많은 관광객들이 여행지에 관한 정보를 얻고자 할 때 인터넷이나 모바일로 검색하거나 AI 로봇서비스의 도움을 받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사회적 분위기가 익숙해지면서 관광산업에도 AI로봇을 활용한 서비스의 역할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이는 관광객의 편의를 제공하거나 대면으로 안내하는 사람을 고용하지 않아도 돼 인력절감의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실제로 중국의 유명관광지에서는 AI로봇서비스가 활용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AI로봇 관광안내원은 관광정보를 설명해 주거나, 온라인 검색을 통해 관광객의 질문에 대답도 하면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주로 관광지 안에서 6.4km 속도로 운행되고 충돌방지시스템도 갖추고 있어서 관광객과의 거리가 50cm 이하이면 바로 멈추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한다.호텔관광산업에도 이러한 시대의 트렌드를 반영해 고객이 키오스크(Kiosk)로 객실체크나 서비스를 요청하면 AI로봇서비스가 제공되는 호텔이 증가하고 있다. KT업체는 호텔전용 무인단말기로 음성이나 키오스크로 고객이 필요한 객실용품을 주문하면 AI호텔로봇이 정해진 장소로 서비스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또한 호텔의 다양한 공간에서 비대면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공지능 서빙로봇, 바리스타로봇, 방역로봇도 선보이고 있다. AI호텔로봇 서비스는 비대면 서비스를 넘어 호텔의 품격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하는데 기여하고 있다.우리가 언제부터 AI로봇에 관심을 가졌는지 기억해 보면, 지난 2016년 인간과 AI로봇의 바둑 대결에 알파고가 등장해 그 당시 획기적인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던 기억이 있다. 이후 AI는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와 비대면 사회적 분위기 확산을 계기로 한층 빠르게 다가오면서 다양한 관광산업에 AI로봇이 널리 활용되고 있다.AI로봇은 관광객의 행동을 이해해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관광객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예를 들어, 여행안내 챗봇(Chatbot)은 관광객의 요구사항을 적절히 해결하는데 활용되고 있으며, 트립어드바이저(Tripadvisor)나 에어비앤비(airbnb) 등의 여행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도 AI로봇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관광객들은 다양한 숙박예약, 교통편이나 여행프로그램의 정보를 이용할 수 있다.그리고 전시관이나 박물관에서도 AI로봇서비스 등이 관광정보를 안내하는 곳이 많아지고 있다. 이러한 관광산업에서의 AI로봇서비스 활용은 아직 일반화되지는 않았지만 미래관광산업에서 다양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관광객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AI로봇이 더욱 확산하면서 관광산업도 크게 발전할 것으로 기대된다.이처럼 AI로봇기술의 발전은 관광산업뿐 만 아니라 기업의 생존전략과 국가경쟁력 확보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특히, 코로나19로 ICT(정보통신기술)의 활용이 증가되면서, AI로봇을 통한 서비스가 관광산업에 본격적으로 활용되면서 해결해야 할 문제점도 발생하고 있다. 즉, 빅데이터 생성과 구축의 필요성으로 인해 관광관련 기업들간의 적극적인 정보공유가 필요해지고 있다. 이를 통해 관광관련 다양한 문제해결과 관광객들의 편의성을 더욱 증진시킬 수 있을 것이다. 또한 AI생태계 구축으로 양질의 데이터 확보와 R&D 지원, AI관련 전문가와의 협력 등을 활성화할 필요성이 있다. 관광관련 기업들은 AI의 활용으로 업무의 효율성은 좋아졌지만, 관광산업의 일부 노동력의 대체로 인해 일자리 감소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재 활용되고 있는 챗봇, 가이드로봇, AI추천 서비스로봇 등도 과거에는 관광산업 관련 종사원의 업무였다. 그러나 AI 활용이 늘어나면서 관광관련 프로그램 개발자나 AI기반 관광안내서비스 기업들이 만들어 지면서 다양한 일자리가 창출돼 대체 일자리가 생길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처럼 새로 만들어지는 관광산업 일자리는 AI로봇서비스에 대한 충분한 정보와 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에 미래 관광산업의 변화에 맞게 관광종사원에 AI관련 교육을 강화하여 관광산업의 경쟁력 확보에 노력해야 할 것이다. 제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ICT정보통신기술의 발달은 우리 생활 곳곳에 이미 많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관광산업에도 예외는 아니므로 융·복합 관광산업의 발전은 미래에 새로운 관광트렌드를 만들어 낼 것이며 이에 대한 우리 사회와 정부의 적극적인 대처가 요망된다.
칼럼 | 정연미 기자 | 2022-06-19 20:00
코로나 팬데믹은 비대면의 일상화로 우리의 삶과 여행스타일도 변화시키면서 뉴노멀(New Nomal)을 만들었다. 이러한 변화의 양상으로 재택근무가 늘고, 유연근무제, 탄력근무제, 선택적 근무제 등 삶의 가치를 중요시하면서 스테이케이션, 워케이션이 등장하고, 복잡한 관광지 대신 편안한 휴식공간으로의 여행을 선호한다. 이는 현대인들의 일에 찌든 사회 속에서 새로운 경험을 소비하는 라이프 스타일인 워라밸(work-life balance), 워라블(work-life blending), 워라하(work-life harmony) 등을 바탕으로 더 멋진 삶을 추구하는 시대가 온 것을 의미한다. 워라밸은 1980년대 영국에서 여성해방운동 때 처음 나온 단어로 탄력적인 근무 일정과 출산 휴가를 원하면서 사용되었다고 한다. 국내에서도 휴가와 여행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와 함께 등장한 것이 스테이케이션(staycation), 워케이션(worcation)이다. 현대인들은 경쟁이 치열하고 바쁜 일상을 벗어나 휴식을 취하고자 하는 욕구와 이를 충족시키기 위한 일련의 휴가 또는 여행을 하고 싶어 한다.그러한 이유에서 최근 새로운 트렌드로 스테이케이션(staycation)이 등장하고 있으며, ‘머문다(stay)’라는 뜻과 ‘휴가(Vacation)’을 의미하는 합성어이다.스테이케이션은 휴식에 초점을 맞추고 집이나 호텔, 리조트 등 가까운 곳에서 여유를 즐기거나 조용한 휴식과 여행을 취하는 여가방식을 말하며, 자신의 거주지 주변 반경 50마일 이내에서 하루이상의 여행을 하는 것으로, 굳이 여행스케줄을 잡지 않고 평소 머물고 싶었던 곳에서 편안한 휴식을 취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서울거주자가 서울인근이나 경기도에 있는 호텔이나 리조트 등에 머물면서 휴식과 여행을 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호텔에 머무는 호캉스, 카페에 머무는 카캉스, 집에 머무는 홈캉스, 쇼핑몰에서 머무는 몰캉스 등의 신조어들도 생겨났다. 스테이케이션의 가장 핵심인 호캉스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가장 매력적인 여행트렌드가 되고 있다. 즉, 호텔에서 캠핑을 즐기거나 독서를 하면서 머무는 등 고객의 욕구를 반영한 다양한 여행상품과 프로그램들이 출시되었다. 스테이케이션은 2008년 미국에서 경제위기로 널리 사용되었으며, 영국은 2009년 이후 해외여행이 부담되면서 스테이케이션이라는 사회 현상이 나타났다. 따라서 스테이케이션은 집이나 멀리 떨어지지 않은 근교에 머물면서 휴가를 보내는 것으로, 심리적 만족감이나 힐링을 위해 가까운 곳에 있는 호텔, 리조트, 펜션 등에서 여가시간을 보내는 형태이다.또 다른 새로운 여행 트렌드인 워케이션도 스테이케이션에서 파생된 말로 볼 수 있는데, 일과 여행을 병행하는 워케이션의 증가는 새로운 가능성의 변화를 꿈꾸고 있다. 코로나19가 바꾼 사회 전반의 디지털화를 촉진하면서 기존 사무실 환경은 분명히 달라지고 있다. 직장인들은 개별적으로 편안한 업무환경이 마련된 호텔이나 리조트는 오피스로서의 장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워케이션(worcation)은 ‘일(work)’과 ‘휴가(vacation)’의 합성어로 호텔이나 리조트 등의 여행지에 머무르며 원격으로 일하는 근무방식을 일컫는 신조어다. 워케이션의 본 개념은 여행지에서의 업무를 인정하고 급여를 지급하는 근무제도로, 미국은 미국 특유의 고용관행으로 2000년대 초부터 시작했다. 즉, 해고하기 쉬운 구조와 법적인 유급휴가제도도 없어서 장기휴가는 본인이 비용부담을 하더라도 휴일과 휴가를 즐기는 워케이션이 매력적인 상품이 되었다. 일본은 경직된 근로문화, 낮은 휴가이용률, 장시간 근무가 문제점으로 지적되어 2016년부터 도입되고 있다. 또한 일본은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여행지에 기업거점 위성사무실을 설치해서 워케이션을 활성화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미국, 일본에 비해 워케이션은 아직 미숙한 상태이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유연근무제로 자연스럽게 워케이션 도입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이미 많은 호텔, 리조트들이 이러한 트렌드에 맞춰 워케이션 마케팅전략에 돌입하고 있다. 워케이션은 유연한 근무문화로 변화시키는 동시에 침체된 관광산업에 활기를 불어넣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러한 스테이케이션과 워케이션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일도 하고 휴가도 즐길 수 있다는 장점있다. 도심에 살면서 호텔을 이용하는 스테이케이션은 다른 사람과 접촉하지 않고 기분전환을 위해 집이 아닌 다른 장소에서 일도 하고 여가도 즐기는 워케이션의 한 패턴이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더욱 빠르게 우리일상에 들어온 IT기술과 인터넷기술의 발전으로 텔레워크(telework)가 새롭게 등장하면서 21세기 신세대인 디지털 노마드(Digital Nomad)족 같은 삶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집은 오래 머물러야하고, 호텔은 여행가서 잠시 머무는 곳이라는 개념도 바뀌어야 한다. 코로나19는 우리의 삶과 여행의 풍경까지도 모두 바꾸어 놓았다. 즉, 떠나야 할 이유와 목적보다는 머무는 이유와 가치를 생각하면서 평소에 머물고 싶었던 장소에서 편안한 휴식을 취하면서 근무환경을 변화시켜보자. 휴식에 초점을 맞추는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MZ세대들은 경험을 중시하는 자신만의 라이프 스타일을 위해 다양한 장소에서 색다른 삶을 경험하는 추구하기 때문에 이들을 위한 마케팅전략도 필요하다고 본다.
칼럼 | 정연미 기자 | 2022-04-18 13:19
고창군청 상하수도사업소 팀장 전민중 옛날이 영웅의 시대라면 지금은 민중의 시대다. 민중의 시대를 열고자 동학농민혁명(이하 ‘혁명’)에 수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산화해 갔다. 그러나 이러한 혁명마저도 영웅 중심으로 해석되고 있으니 참으로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혁명 나이 127년, 이제는 참여자들에게 더 주목하고 이들의 위대한 가치를 발굴해야 할 때다. 이럴 때 비로소 혁명의 본질에 대한 현대적 접근이 가능해진다. 또한 영웅의 이야기로만 들려 나와 거리가 멀게만 느껴지는 현실적 괴리감도 해소할 수 있다.필자는 이런 의미에서 혁명의 중심이자 수많은 참여자들의 본보기라 할 수 있는 전봉준의 주력 부대원 4,000여 명을 응원한다. 전봉준은 고부군수 박원명의 설득과 안핵사 이용태의 폭거에 해산해 버린 농민들을 뒤로하고 고창 무장으로 도피한다. 이후 끈질긴 설득 끝에 동학 대접주 손화중의 혁명 참여 동의를 이끌어 낸다. 뒤이어 손화중 등은 격문을 띄어 혁명 참여자를 모집하는데 이때 모여든 사람들이 이들이다.이들이 특히 주목받고 응원받아야 하는 이유 몇 가지를 이야기하면 아래와 같다.첫째, 다양한 지역성이다.무장 구수내에 집결한 4000여 명은 여러 지역을 대표한다. 고창, 무장, 흥덕을 위시하여 정읍, 태인, 고부, 부안과 영광지역 주민들이 주를 이룬다. 특히 멀리서 소식을 듣고 온 무안, 순천, 광주 등 남쪽 지방 사람들도 이에 가세한다. 이는 한 자치단체를 벗어나 전국화로 나아가고자 하는 혁명의 기본 방향과도 일치한다.둘째, 뛰어난 시대의식이다.4000여 명은 한 지역을 벗어나는 것이 반역이라는 시대 인식의 한계와 두려움을 처음으로 극복한 이들이다. 이러한 이들의 참여마저 없었다면 혁명은 결국 한낱 전봉준의 상상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실제 이 사람들의 참여에 고무된 전봉준 등은 높은 시대 의식을 담은 포고문을 전라도뿐만 아니라 충청도와 경상도의 여러 고을에도 알린다.셋째, 숭고한 자기희생 정신이다.이들은 1,2차 혁명 기간 동안 여러 사건에서 선봉에 선 사람들이다. 무장기포를 시작으로 황토현전투, 황룡전투, 삼례봉기 등에서 전봉준과 생사를 같이 한다. 실제 전봉준은 공초(심문조서)에서 ‘4000명’이라는 단어를 여섯 번이나 언급할 정도로 이들을 혁명의 핵심으로 인식하고 있다. 특히 사형 집행 전에 일본인들은 전봉준을 친일파로 끌어들여 이용하려고 온갖 회유와 음모를 꾸민다. 그러나 전봉준은 “내 수많은 부하들이 죽었는데 나만이 목숨을 구걸할 수 없다”고 할 정도로 이들에게 죽음을 초월한 강한 동지애를 느끼고 있다.3.1운동, 4.19혁명, 5.18광주민주화운동, 6월항쟁 그리고 촛불혁명 등에서 알 수 있듯이 이들의 위대한 정신은 어려움에 처한 매 순간 우리들의 삶 속에서 살아 숨 쉬고 있다. 우리나라를 더 나은 민주주의 국가로 인도하고 있다.이러한 전반적 상황을 고려해 볼 때 이들 4000여 명을 응원함이 없이 혁명의 전국화와 세계화를 논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앞으로는 이들의 위상을 정당하게 평가하고 기념함으로써 대한민국이 진정한 민중의 국가로 힘차게 나아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칼럼 | 이세호 기자 | 2022-02-16 11:50
전민중(고창군청 상하수도사업소 관리팀장) 아직까지도 몇몇 자치단체에서는 자기 지역을 동학농민혁명(이하 ’혁명‘)의 발상지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발상지(發祥地)의 정확한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기인한다. 발상지는 역사적으로 큰 가치가 있는 일이나 현상이 처음 나타난 장소를 의미한다. ’처음‘이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발상지는 둘, 셋이 될 수 없다. 따라서 혁명의 시작인 사건 또한 하나여야 당연하다.그렇다면 혁명의 시작이 되는 사건이 갖춰야 할 기본 자격은 무엇일까. 물론 이것 또한 발상지 뜻에서 ’큰 가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필자가 생각하는 큰 가치 몇 가지를 이야기하면 아래와 같다.첫째, 높은 시대정신이다.혁명에 있어 시대의식을 가진 사람들의 참여는 절대적이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거린다는 말이 있다. 어느 지역주민, 어떤 종교단체가 억압과 핍박을 받을 때 본능적인 항거는 자연스럽고 당연하다. 그러나 타 지역민, 타인의 억울함과 아픔을 내 일 같이 생각하여 대항하는 것은 공동체 상생 정신이 내재되어 있을 때 비로소 가능하다. 실제 고창 무장기포 후 지역주민 4,000여 명은 전봉준, 손화중, 김개남과 함께 무장읍성과 고창읍성이 아닌 고부성을 첫 번째로 공격한다.둘째, 정체성 선언이다.모임의 성격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그래서 처음 시작할 때 선언이 그만큼 중요하다. 난제 해결을 위한 대안과 정체성을 논리 정연하게 대외적으로 선언할 수 있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뜻하지 않게 몰려들었다 하여 한 순간에 모임의 정체성이 변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고창 무장포고문에는 혁명의 성격과 의의가 함축적으로 잘 드러나 있다.셋째, 완전한 독립이다.혁명은 숙명적으로 현 체제에 반기를 든 비합법적 저항일 수밖에 없다. 이런 저항이 일어나면 조선 조정의 회유와 설득이 뒤따른다. 그러나 이는 혁명으로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설득당했다는 것은 현 기득권 체제의 규범을 준수한 결과가 되어 결론적으로 혁명이 아니라는 이야기가 된다. 실제 보은집회와 고부봉기는 조선 정부의 회유와 설득에 해산해 버린다. 일부 사람들은 보은집회 또는 고부봉기가 혁명의 단초를 제공하고 있어 발상지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단초는 단초로서 역사적 의미를 두어야 한다. 이들 사건보다 앞서 일어난 선운사 미륵석불비기 탈취사건이 동학도의 폭발적 증가를 가져오고 조선정부를 전복하고자 하는 염원을 발현시켜 뒤 이은 사건들의 단초를 제공했다 하여 혁명의 시작이라고 볼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결국 어떤 사건이 혁명의 시작이 될 수 있는가, 없는가의 기준은 연속성과 함께 이 사건이 포함될 경우 혁명 참여자들의 위상이 더욱 높아질 수 있느냐 아니면 격하되느냐에 달려 있다.동학농민명예회복법에서도 혁명의 시작점으로 1894년 3월 무장기포를 지칭하고 있다.따라서 이러한 전반적 사항들을 고려해 볼 때 혁명의 발상지는 무장기포지가 유일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새해에는 소모적 발상지 논쟁에서 벗어나 인류의 상생을 생각하고 실천하는 대한민국으로 나아가는 데 있어 방향타로서 동학농민혁명의 위상이 확실히 자리잡기를 기대해 본다.
칼럼 | 이세호 기자 | 2022-01-20 1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