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값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내년 연말엔 온스(31.1g) 당 3000달러까지 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전세계적인 대규모 양적 완화와 경기부양책으로 화폐 가치가 떨어지면서 금 가격은 당연히 오를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이다.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KRX금시장에서 1g(그램)당 금 현물 가격은 전일 대비 330원(0.48%) 하락한 6만8530원에 마감했다. 앞서 전 거래일인 지난 24일에는 1g당 6만8860원에 거래를 마쳐 2014년 3월 KRX금시장이 개설된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가격뿐 아니라 거래량과 거래금액도 연일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KRX금시장에서 이달 일평균 금 거래금액은 67억865만원으로 역대 최고치였던 지난달 66억6921만원을 넘어섰다. 지난해에도 금 투자 열풍이 불면서 일평균 금 거래금액이 22억6095만원으로 전년 대비 160.5% 상승했는데, 이달에는 이보다 3배 가량 더 증가했다.대표적 안전자산인 금은 대체로 시장 불확실성이 커질 때 가격이 오른다. 지난해 금은 미·중 무역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안전자산으로 각광 받으며 연일 가격 상승세가 지속됐다. 지난해 KRX금시장에서 금 가격은 21.6% 올랐고, 이와 관련한 펀드, ETF(상장지수펀드), ETN(상장지수증권) 등 금융상품도 크게 인기를 끌었다.꾸준히 우상향 하던 금 가격은 지난달 코로나19(COVID-19) 충격에 크게 흔들렸지만 충격은 오래가지 않았다. 올해 전 고점(2월 24일 6만5280원) 대비 저점(3월17일 5만9360원)까지 낙폭도 9% 정도로 주식 등 다른 자산에 비해 상대적으로 양호했다.글로벌 양적완화와 경기부양책이 쏟아지면서 주식 가격은 다시 반등했는데, 특이한 점은 통상 위험자산과 반대로 움직이는 금 가격도 다시 오르고 있다는 점이다.증권가에서는 글로벌 양적완화가 주식 가격도 떠받치는 한편, 안전자산으로서 금의 투자 가치도 상승시키는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고 분석한다. 시장에 유동성이 공급되면 주식 시장으로 자금이 몰리면서 자산 가치가 상승하는데, 한편에서는 금리가 떨어지고 인플레이션 압박이 커지면서 안전자산으로서 금의 매력도 부각된다는 설명이다.실제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이 대대적인 양적완화에 나서는 동안 국제 금 가격은 치솟았다. 2008년9월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한 직후 국제 금 가격은 1온즈(31.1g) 당 800~900달러선에서 730달러선까지 떨어졌는데,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가 기준 금리를 0%대로 낮추고 자산매입 프로그램을 개시하면서 2011년9월에는 장중 1911달러까지 치솟았다. 대규모 유동성 공급으로 금리가 떨어지자 헤지(위험회피) 수단으로 금 수요가 급증한 영향이다.그런데 코로나19로 인한 양적완화는 2008년 금융위기보다 한층 세다는 평가다. KB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16~27일 2주 동안 미국 정부가 밝힌 국채, MBS(주택저당증권) 등 채권 매입 규모는 총 9797억6000만달러로 이는 2010~2012년 있었던 2차 양적완화 규모(6000억 달러)를 넘어선 수준이다.유동성 공급으로 기축통화인 달러 가치가 평가절하되면 상대적으로 금의 가치는 올라갈 수밖에 없다. 투자기관에서도 헤지 수단으로 금을 찾는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다.세계 금 협회(World Gold Council)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금 수요는 4355.7톤으로 전년 대비 소폭 감소했다. 장신구나 산업용 수요 감소의 영향이 컸는데, 반대로 투자수요에 해당하는 금 ETF용 금 소비는 오히려 324.9톤 증가했다.여기에 역대급 저금리로 예·적금이 실종된 상황에서 국내외 주식시장이 부진으로 마땅한 투자처가 없어진 것도 금의 인기를 부추기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1년6개월 안에, 즉 내년 10~11월께 1온스당 3000달러를 찍는다는 예상까지 나왔다. 미국의 금융그룹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내놓은 전망이다. 이는 BoA가 앞서 제시한 목표가인 2000달러보다 1000달러나 상향 조정된 금액이다. BoA의 애널리스트 마이클 비트머 등은 이날 낸 보고서의 제목을 ‘미국 연준은 금을 찍어낼 수 없다’라고 달았다. 안전 자산인 금의 가치를 절대적으로 신뢰한다는 의미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 역시 지난 2월부터 금값 강세를 전망했다. 1온스당 180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다. 당시 금값은 1600달러대였고, 과도한 전망치라는 반응이 지배적이었으나 결과적으로 이 예측은 크게 틀리지 않았다. 하지만 경고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경제전문매체인 CCN닷컴은 25일 월스트리트 애널리스트의 분석 결과라면서 “올해 안으로 금값이 폭락할 수 있다”며 “골드버그들은 곧 쓴맛을 볼 것”이라 전망했다. 신종 코로나는 백신만 개발되면 확산세가 잡힐 것이며, 각국 정부의 강한 의지 하에 경제 회복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게 이유다. 안전 자산이지만 이자는 만들어내지 못하는 금에 대한 매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금융 | 전선화 기자 | 2020-04-28 14:41